서론
이전부터 ‘농사의 절반’이라고 불려온 잡초관리를 제초제 없이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잡초에 대한 사고부터 바꿔야 한다. 관행농업에서는 제초제의 효과를 과신한 나머지 잡초의 박멸이 가능하다고 보고 다양한 제초제를 개발하였으나 결국 슈퍼잡초로 불리는 제초제저항성 잡초의 출현을 초래하였다. 생태계의 보존과 종다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유기농업에서는 잡초도 농업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잡초는 무리하게 완전 박멸할 대상이 아니고 근절할 수도 없음을 인정하고 경제적 수준이하로 생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유기농업에서 잡초의 생태적 관리를 위해서는 잡초의 생리·생태 등 잡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농가에서는 자신의 농경지에 있는 잡초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특히 자신의 논, 밭의 흙이 잡초 종자의 보관소인 종자은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유기재배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리 방안을 동원하여 장기적으로 흙 속의 잡초종자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밭 잡초의 특성과 생존전략
인류사와 함께한 잡초의 고유한 특성을 잡초성 또는 잡초끼라 하는데, 잡초는 먼저 폭넓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휴면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잡초의 종자는 장구한 수명을 갖게 되었다. 또한 잡초는 영양생장부터 개화기까지의 빠른 생장특성이 있고 생장조건에 따른 지속적이고 풍부한 종자생산 능력이 있다. 근거리 및 장거리의 전파나 번식에 적합한 적응기구를 잘 갖고 있고 왕성한 영양번식력과 절편에 의한 재생력 또한 갖고 있다.
잡초는 작물과 자연환경 그리고 인간과의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며 자연의 질서와 섭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존재하는 식물부류로 특별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생활환경에 어울리기 쉬은 꼴로 탈바꿈 할 수 있게 생태형의 분화가 싶다. 또한 씨받이 할 짝이 없어도 새끼치기가 가능하다. 종자를 효율적으로 전파하기 위하여 다양한 번식수단을 갖고 있고 조숙성과 다산성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밭 잡초의 발생특성
1990년대 이후 세계화, 개방화에 따라 농업생산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맥류, 잡곡, 두류, 서류 등 전통적 밭작물의 감소하고 대신에 과실, 채소, 시설재배 작물이 증가 되었고 쌀 재배면적 감소에 따른 논재배 밭작물 증가하였으며 무엇보다 안전농산물 생산과 지속농업을 위한 친환경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잡초 발생 양상이 크게 변하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잡초 전공자들의 조사결과 우리나라 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잡초는 바랭이, 쇠비름, 깨풀, 흰명아주, 돌피 순이었다.
바랭이는 4월부터 9월에 걸쳐 광범하게 발생하는데, 발아최성기는 5~6월이고 발아 적온은 30~35℃이며, 토양의 비옥도나 산도와 관계없이 발생하고, 40여 일만에 결실을 한다. 명아주와 돌피는 옥수수나 콩의 파종기인 6월(20~25℃)에, 그리고 쇠비름은 7월 (23~24℃)에 가장 많이 발생하여 생육양이 많이 증대되어 작물의 경합피해가 크므로 이들 잡초의 생육을 철저히 억제할 수 있는 방제조처를 해주어야 한다. 여뀌는 감자의 파종기인 4월(12~13℃)에 많이 발생하고 생장하면서 억세어 지므로 가능하면 어린시기에 관리해야 한다. 망초ㆍ한련초 등은 호광성의 1년생잡초로서 표토층에서 발아하며, 중경작업에 의해 쉽게 발아하므로 역시 어릴 때에 관리해야 한다. 반면, 닭의장풀ㆍ반하ㆍ쑥부쟁이ㆍ갈퀴덩굴ㆍ갈퀴나물 등의 다년생잡초들은 그늘에 잘 적응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고 심토층에서 발생하므로 발생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잡초의 특성을 고려한 유기농 밭잡초 관리
잡초의 주요 특성은 첫째, 땅속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잡초종자는 대부분 광발아성이라 햇빛을 받아야 한다는 것 셋째, 잡초종자의 휴면성이 다양하고 복잡하여 발아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종자 생산량이 많고 이동이 쉬우며 개화가 빠르다는 특성이 있다. 잡초의 특성을 고려한 유기농 밭잡초 관리기술 몇가지를 소개한다.
가. 가묘상을 이용한 잡초관리
논과 밭 등 경지에는 그동안 수십년, 수백년 동안 자랐던 잡초의 종자가 누적되어 있어 잡초의 보관창고, 종자은행(seed bank)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풀은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 작기에 발아하는 잡초의 종자는 표토에서 3~5cm 이내에 있는 종자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표토에서 3cm 이내에 있는 잡초종자들을 미리 발아시켜 제거해 주면 작기 중에 발아하는 잡초의 숫자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작물재배 전에 이랑을 만들어 잡초의 발아를 유도하는 것을 가묘상(假苗床, false seedbed)이라고 한다. 즉 본 작물을 파종하거나 정식하기 15~20일전에 경운 정지하고 잡초의 출현을 유도한 다음 어린 잡초를 끌개를 이용하여 제거하거나 화염제초하여 작토층의 잡초종자를 줄여주는 것이다.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에서 가을배추 유기재배 시 가묘상을 이용하여 잡초를 관리하였을 때 정식 60일까지 65~97%의 잡초억제 효과가 확인되었다.
나. 피복식물재배와 경운시기 조절에 의한 잡초관리
대부분의 잡초는 햇빛을 받아야 발아하는 광발아성이기 때문에 휴작기인 겨울동안 자랄 수 있는 피복식물을 재배한 후 이듬해 봄에 베어서 지표면을 피복하고 작물을 재배하면 여름잡초의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겨울 피복식물은 헤어리베치와 호밀이다. 두 작물은 내한성이 크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헤어리베치는 콩과식물이므로 피복에 의한 잡초억제와 함께 질소 고정효과도 있으며, 타감작용이 있는 호밀은 잡초억제 효과가 탁월하다.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에서는 헤어리베치와 유사한 식물인 얼치기완두, 새완두 등의 자생식물을 이용하여 이듬해 봄에 예취작업도 생략하는 리빙멀칭 재배를 하였는데 고추밭에서 생육후기까지 80%이상 잡초억제 효과가 있었다.
다. 무경운 재배에 의한 잡초관리
위의 두 가지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땅속에는 무수히 많은 잡초종자가 저장되어 있지만 땅위로 나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햇빛을 받아야 발아할 수 있는데 이 두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잡초관리 방법은 무경운 재배이다.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대형농기계 등 농업관련 사업주의 이해에 맞추어진 고투입농업을 하던 미국,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주요 농업국가들에서 최근 저투입 무경운재배 기술이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다. 물론 넓은 면적에 콩, 옥수수, 면화 등을 재배하는 이들 나라에서는 비선택성제초제를 이용한 무경운 재배를 하고 있으나 소면적 다품목의 우리나라 유기재배에서는 초생관리에 의한 무경운 유기재배를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완주/전주로 이전한 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에서는 호밀 등 적절한 겨울 피복식물을 이용하여 초생을 관리하면서 콩을 무경운 재배하는 연구를 시작하였는데 무경운재배가 유기농업에서 궁극적인 잡초관리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출처 :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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